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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하 (2019) – 종교와 광신, 그리고 끝내 풀리지 않는 의문
한국에서 이런 스타일의 영화가 나올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오컬트 장르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건 최근 일이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꽤 익숙해졌다. "검은 사제들"이 정석적인 악마 퇴치를 보여줬다면, "사바하"는 좀 더 독특한 방식으로 접근한다. 종교적 색채가 짙은데, 기독교보다는 불교와 밀교의 요소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근데 문제는,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진행된다는 거다. 신선한 소재와 분위기는 확실한데, 뭔가 핵심을 잡지 못하고 계속 옆길로 새는 느낌이 든다.
한눈에 보는 영화 정보
- 제목: 사바하 (娑婆訶, Svaha: The Sixth Finger)
- 장르: 미스터리, 스릴러, 오컬트, 드라마
- 감독: 장재현
- 주연: 이정재, 박정민, 이재인, 유지태, 정진영, 진선규
- 개봉일: 2019년 2월 20일 (대한민국)
- 상영 시간: 122분
- 관객 수: 239만 명
- IMDb 평점: 6.2/10
- 국내 네이버 평점: 7.89/10
- 스트리밍: 넷플릭스, 티빙
사바하? 그게 무슨 뜻인데?
‘사바하(Svaha)’는 불교에서 진언(주문)의 마지막에 붙는 말로, ‘원이 이루어지기를’ 혹은 ‘깨달음에 이르기를’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 사바하는 원을 이루기는커녕, 철저한 광신과 살인의 도구로 변질된다. 결국 ‘믿음’이라는 것이 어떤 방향으로든 작용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며, 제목부터 이미 영화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줄거리 – 이건 뭐 종교 드라마야, 스릴러야, 오컬트야?
1999년, 쌍둥이가 태어난다. 한 명은 평범한 소녀 이금화(이재인), 다른 한 명은 태어날 때부터 온몸이 털로 덮인 기괴한 존재. ‘그것’은 금화보다 10분 먼저 태어났지만, 세상은 그 존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가족도 파괴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살아남았고, 조부모의 손에서 금화와 함께 자라게 된다.
한편, 2014년. 사이비 종교 전문가 박웅재(이정재)는 ‘사슴동산’이라는 수상한 불교 종파를 조사하고 있다. 신자들에게 돈을 요구하지도 않고, 교리가 비교적 온건해 보이지만, 어쩐지 강원도 일대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들과 묘하게 연결돼 있다. 그리고 동시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 정나한(박정민)이 무언가를 쫓고 있다.
그러던 중, 박웅재는 이 종교의 근본적인 목적이 ‘예언을 피하기 위해’ 설계된 것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수십 년 동안 자신의 존재를 숨긴 채 살아온 김제석(유지태)이 자리하고 있다.
좋았던 점 – 분위기, 연출, 몰입감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분위기다.
스릴러와 오컬트 사이의 기괴한 감각을 아주 잘 살렸다.
시각적인 연출이 예술이다.
종교적인 상징물, 어두운 색감, 조명 활용이 끝내준다.
인물들이 다 뭔가 어딘가 수상해 보이게 만들어서 계속 불안하다.
배우들 연기가 좋다.
이정재는 특유의 능글맞은 목사 느낌을 잘 살렸고, 박정민은 대사가 없어도 묘한 카리스마를 풍겼다. 유지태는 뭔가 속을 알 수 없는 교주 역할을 아주 적절하게 해냈다.
음향 연출이 살벌하다.
귀신이 튀어나오는 장면이 없어도, 그냥 배경음악과 효과음만으로 소름이 돋게 만든다.
아쉬운 점 – 이야기가 산으로 간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스토리.
진짜 스토리만 조금만 더 다듬었으면, 이건 걸작이었을 수도 있다.
너무 많은 걸 집어넣었다.
사이비 종교 이야기, 살인 사건, 쌍둥이 자매, 미륵과 마군, 거기에 불교 신화까지…
이걸 한 영화에 다 넣으니까 머리가 터진다.
설명 부족 & 난해한 전개
보는 내내 "그래서 뭐? 이게 뭐야?" 하는 장면이 많다. 이걸 제대로 이해하려면 한 번 더 봐야 한다. 근데 솔직히 두 번 보고 싶을 만큼 재미있냐고? 글쎄.
마지막이 너무 급하게 끝난다.
2시간 동안 천천히 쌓아온 분위기를 20분 만에 급하게 풀어버린다.
그래서 뭔가 "어? 끝났어?" 하는 허망한 느낌이 남는다.
결말
김제석은 불사의 존재가 아니었다. 그는 결국 예언을 피하지 못했고, 자신이 그렇게 두려워하던 운명을 맞이했다. 화염 속에서 몸부림치며 최후를 맞이하는 모습은 한때 전지전능한 존재처럼 보였던 그의 허망한 결말을 보여준다.
‘울고 있는 자’ 역시 자신의 역할을 끝마쳤음을 깨닫고 조용히 숨을 거둔다. 그는 진정한 미륵이었을까, 아니면 또 다른 희생자였을까? 영화는 그 해답을 남기지 않는다.
최종 평가
추천 포인트
-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미스터리 스릴러 & 오컬트 요소
- 몰입감 넘치는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
- 종교적 상징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묵직한 이야기
아쉬운 점
- 스토리가 과하게 복잡하고 난해한 부분이 많음
- 결말이 급하게 마무리되며 여운이 부족함
- 모든 떡밥을 회수하지 않고 열린 해석을 강요하는 방식
최종 평점: 7.5/10
좋은 영화지만, 확실한 걸작이라 하기엔 아쉬운 부분이 많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계속되길 바란다. 한국 영화에서 이런 오컬트 장르가 더 자리 잡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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