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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 션샤인 – 인간은 멍청하고, 난 또 이 영화를 본다
이 영화? 솔직히 말해서 이제 좀 지겹다. 아니, 얼마나 많이 봤는지 이제 대사까지 다 외울 지경이다. 근데도 다시 본다. 이게 문제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이 영화를 좋아하는 놈들 특징이 뭐냐면, 지겹다고 욕하면서도 결국 다시 돌려본다는 거다. 왜? 이 영화는 그냥 그런 영화다. 사랑했던 기억을 지워도, 그 감정까지 지울 수 있을까? 이 말도 안 되는 질문을 던지는데, 그 대답을 알면서도 계속 고민하게 만든다.
이거야말로 진짜 무서운 영화다. 머리로는 답을 알고 있는데, 가슴이 인정하지 않는 영화.
한눈에 보는 영화 정보 – 그냥 참고만 해라
(이거 나열하는 것도 사실 귀찮은데, 그래도 기본 정보 정도는 있어야 하니까 적는다.)
- 제목: 이터널 션샤인 오브 더 스팟리스 마인드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 장르: 로맨스? 드라마? SF? 뭘로 봐도 상관없음.
- 감독: 미셸 공드리 (이 사람 연출 스타일 독특해서 호불호 갈린다.)
- 각본: 찰리 카우프만 (이 사람은 그냥 천재다. 토론 끝.)
- 출연: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커스틴 던스트, 마크 러팔로, 일라이저 우드, 톰 윌킨슨
- 러닝타임: 108분
- 개봉일: 2004년 3월 19일 (미국) / 2005년 1월 21일 (한국)
- 평점: 근데 이거 평점이 중요한 영화냐? 그냥 봐라.
줄거리 – 사실 줄거리 같은 거 필요 없는데
조엘(짐 캐리)이라는 남자가 있다. 평범하고 조용한데, 약간 무기력하고, 감정 표현 잘 못 하고, 그냥 그런 사람이다. 근데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이라는 여자를 만난다. 이 여자는 정반대다. 충동적이고, 감정적이고, 지루한 걸 못 참는 성격.
이 둘이 사랑을 했다. 근데 헤어졌다. 그리고 클레멘타인은 그를 기억에서 지워버렸다.
이걸 알게 된 조엘은 충격을 받고, 나도 지울래! 하면서 홧김에 기억 삭제를 신청한다. 근데 지우면서 깨닫는다.
"아... 이거 잘못된 선택이다."
기억이 하나씩 사라질수록 그는 오히려 더 강하게 그녀를 붙잡고 싶어진다. 그리고 결국 그 안에서 도망치려 한다. 하지만 시스템은 냉정하다. 기억은 결국 지워진다.
근데 이게 끝이 아니다.
기억을 지워도, 감정은 남는다
이 영화가 존나게 치사한 이유가 뭐냐면, 기억을 지우면 끝일 거 같잖아? 근데 감정이 안 사라진다.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기억을 지우고도 다시 만나게 된다. 그리고 또 사랑에 빠진다. 근데 나중에 "야 사실 너희 옛날에 사귀었고, 지지고 볶고 하다가 헤어진 거야." 라는 증거(녹음된 테이프)를 듣게 된다.
이제 여기서 선택지가 생긴다.
- "아, 우린 결국 또 헤어질 거야." → 헤어진다.
- "그래도 해보자." → 또 사랑한다.
그리고 영화는 후자를 선택한다.
이 장면이 충격적인 이유는, 우리가 살면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걸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인간은 멍청하다. 사랑이 실패할 걸 알면서도 또 한다.
그냥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인간이란 존재 자체가 개그다 싶다.
짐 캐리, 이 정도였어?
짐 캐리. 이 영화 보기 전까진 그냥 오버스러운 코미디 배우라고 생각했다. 근데 이 영화에서 그는 진짜 찐으로 연기한다.
그가 연기하는 조엘은 말 그대로 현실 그 자체다. 감정 표현 서툴고, 쓸데없는 자존심 있고, 후회는 늘 늦게 하고, 하고 싶은 말은 못 하고, 나중에 가서야 깨닫는 인간.
너무 리얼해서 소름 돋는다.
케이트 윈슬렛도 미쳤다. 클레멘타인은 그 흔한 "자유로운 영혼" 같은 캐릭터가 아니다. 불안정하고, 감정적이고, 충동적이고, 그런데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다. 이런 여자 실제로 만나면 개빡치겠지만, 영화에서는 너무 매력적이다.
결말 & 해석 – 인간은 답이 없다
결말이 이렇게 끝난다.
조엘: "그래도 괜찮아."
클레멘타인: "......오케이."
이게 끝이다.
근데 이게 너무 강렬하다.
둘은 결국 다시 사랑을 시작할 거다. 그리고 아마도 같은 문제로 또 싸우고, 또 지치고, 결국 또 헤어질 수도 있다. 그걸 알고도 다시 시작한다.
이게 인간이다.
이 장면을 볼 때마다 기분이 이상해진다. 그래, 어차피 망할 거 같아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지. 결국 "그래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조엘이 너무나 인간적이고, 너무나 바보 같고, 그래서 너무나 공감된다.
이 영화, 누가 봐야 하냐고?
- 이별 후유증 있는 사람 → 보지 마라. 전 애인 생각난다.
- 짐 캐리의 진짜 연기를 보고 싶은 사람 → 이거 보면 된다.
- "나는 왜 연애를 똑같이 실패할까?" 고민하는 사람 → 이 영화가 대답해준다.
- SF 좋아하는 사람 → 시간 편집과 기억 삭제라는 개념이 흥미롭다.
- 감성적인데 철학적인 영화 좋아하는 사람 → 그냥 이 영화는 곱씹을수록 의미가 깊어진다.
결론 – 다시 봐도 미친 영화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기분이 이상하다.
"야, 난 이제 연애하면 안 되겠다." 싶다가도, 결국 또 사랑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이 영화를 돌려본다.
이게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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